SPORLD :: 자신의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과 사랑까지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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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9 자신의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과 사랑까지 얻다
인터넷서점 반디앤루니스
윔블던(Wimbledon, 2004)


감독 : 리처드 론크레인
주연 : 폴 베타니(피터 콜트), 커스틴 던스트(리지 브래드버리)

영화 '윔블던'은 '다빈치 코드'에서 온몸에 상처를 내는 수도사로 공포를 자아냈지만 또 다른 영화 '기사 윌리엄(원제 A Knight's Tale)'에서는 도박 때문에 옷을 뺏기면서도 시적인 문구를 읆어대던 익살스러운 제프리 차우처 역할을 해냈던 폴 베타니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히로인 커스틴 던스트가 남녀 주인공으로 나온다.

베타니는 나이가 들어 기량이 쇠퇴, 윔블던 대회를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에서 은퇴해 주부를 가르치려는 평범한 꿈을 갖고 있는 피터 콜트를 맡았고 던스트는 여자 단식에서 떠오르는 신예 리즈 브래드버리로 나온다. 이 둘은 모두 윔블던 남녀단식에 출전, 연습장에서 만나 애정이 싹트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SPORLD / 박상현]

Scene #1. 콜트는 고란 이바니세비치였다

지난 2004년 9월에 개봉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콜트는 지난 2001년 윔블던 테니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를 본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전성기가 지난 콜트가 운좋게 와일드카드를 따내 윔블던 대회에 출전, 우승까지 이르렀듯 이바니세비치도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출전한 2001년 윔블던 대회에서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영화 주인공 콜트는 한때 세계 랭킹 11위까지 올랐던 선수였지만 나이가 들어 전성기가 훨씬 지나면서 119위까지 떨어졌다. 콜트는 "4백만 선수 가운데 세계 119위는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바꿔 말하면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118명이나 된다"고 말한다.

콜트의 모델이 된 이바니세비치는 윔블던 참가 당시 순위가 콜트보다 훨씬 좋지 않은 세계 125위였다. 콜트의 말을 빌리자면 이바니세비치보다 잘하는 선수가 124명이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바니세비치의 우승을 '이변'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한때 피트 샘프라스(미국)에 이어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던 강자였다. 그렇기에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와일드카드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바니세비치가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회가 끝난 뒤 그의 세계랭킹은 125위에서 16위로 껑충 뛰어 올랐고 이 대회 우승은 그의 유일한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기록으로 남았다.

그렇다면 여자 주인공 브래드버리의 롤 모델은 누구일까? 그녀의 유쾌한 성격을 감안할 때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2001년 당시 윔블던에 나올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

미국 선수인 브래드버리가 결승 진출에 실패, 4강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시 4강에서 떨어졌던 제니퍼 카프리아티나 린제이 데이븐포트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 카프리아티와 데이븐포트 모두 만 25세의 젊은 선수였기 때문에 브래드버리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영화 관계자들은 이바니세비치의 와일드 카드 우승을 주 모티브로 만들었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의 롤 모델은 없다고 말한다.


Scene #2. 영국 선수는 윔블던 남자 단식과 인연이 없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는 영국 출신의 콜트가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영국 출신으로 리처드 3세 등의 영화를 만들었던 리처드 론크레인이 영국 선수를 윔블던 대회에 우승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론크레인이 영국 선수가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제발 우승해달라는 소망이 담겨있기도 하다. 영국 선수가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벌써 73년전인 지난 1936년의 일이기 때문이다. 결승에 영국 선수가 올라간 것도 1938년이 마지막이었다.

영화에서도 콜트의 결승 진출은 화제로 부각된다. 언론들은 콜트의 결승 진출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결승전 당일에는 호텔 직원이 모두 출입문까지 나와 그를 배웅하며 응원한다. 그만큼 영국 선수들이 윔블던에서 우승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영국에서 개최하는 대회지만 가장 관심을 모으는 남자 단식에서 이상할 정도로 영국 선수들은 '전멸'한다. 이쯤 되면 '저주'라고 부를만도 하지만 특별히 저주를 받을만한 일이 없었으니 징크스 정도로 해두자. 하지만 징크스 치고는 너무나 가혹하다. 이 때문에 영국 팬들은 징크스가 좀처럼 깨지지 않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안타까워하고 있다.

영국 선수가 자국에서 벌어지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징크스가 계속 되다 보니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라는 경제 용어까지 생겼다. '윔블던 효과'는 개방된 시장이 외국계에 의해 석권되는 현상을 뜻한다.

지난 1986년 영국이 금융 빅뱅을 단행한 이후 금융산업 전반적으로 개방화, 자유화, 국제화, 겸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막강한 자금을 가진 미국과 유럽의 금융업자들이 영국 금융기관을 인수, 영국 10대 증군사 가운데 8개사가 도산하거나 흡수, 합병됐고 이를 두고 일본 경제학자들이 영국에서 벌어지는 윔블던 대회에서 외국 선수들이 우승을 '싹쓸이'하는 것을 빗대어 이런 말을 만들어냈다.

이런 지경이다보니 윔블던 대회가 열릴 때마다 영국 언론들은 남자 단식에서 자국 출신 선수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쏟는다. 특히 2009년 대회에서는 지난해 라파엘 나달(스페인)에 8강에서 졌던 신예 앤디 머레이가 로저 페더러(스위스)에 이어 대회 참가 선수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3번 시드를 받고 출전, 기대가 컸다.

기대대로 머레이는 4강까지 승승장구, 71년만에 영국 선수가 남자 단식 결승에 올라갈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도 있었지만 '광속 서버' 앤디 로딕(미국)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1, 2세트를 6-4로 주고 받았지만 3, 4세트 타이 브레이크 접전에서도 져 실망은 너무나 컸다. 결국 2009년 윔블던 남자단식 우승은 페더러에게 돌아갔다. 페더러는 이 대회 우승으로 샘프라스를 뛰어 넘어 통산 15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을 달성했다.


Scene #3. 호크 아이는 2001년 당시에 없었다

클레이 코트에서 벌어지는 프랑스 오픈을 제외한 나머지 세 그랜드 슬램 대회(윔블던, 호주 오픈, US 오픈)에서는 모두 '호크 아이'라는 시스템이 쓰인다.

호크 아이는 공이 라인 바깥으로 벗어났는지 아니면 안으로 제대로 들어왔는지를 즉시 알려주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다. 호크 아이가 투어 대회 상용화를 국제테니스연맹(ITF)에서 공식 승인받은 것이 지난 2005년의 일이다.

호크 아이가 ITF 뿐만 아니라 세계남자테니스연맹(ATP)와 세계여자테니스연맹(WTA)에서 쓰이게 된 것은 라인을 벗어나는지에 대한 여부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테니스에는 경기를 관장하는 주심 외에도 서브의 폴트와 스트로크의 인과 아웃 여부를 판단하는 라인스맨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눈만으로는 100% 정확한 판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US 오픈과 호주 오픈에서는 지난 2006년에 호크 아이를 도입했고 윔블던에서도 지난 2007년에 이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을 나갔는지에 대한 여부에 대해 계속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다면 경기는 한없이 길어질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호크 아이의 사용 여부를 제한할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이 호크 아이 사용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챌린지(challange)'라고 부르는데 한 세트당 2회 또는 3회씩 주어진다. 분명히 안쪽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주심이 아웃을 선언했을 때 해당 선수가 챌린지를 요청하면 곧바로 분석에 들어가고 주심의 판정이 맞다면 챌린지 권한이 하나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심판의 판정이 틀렸을 경우에는 챌린지를 차감하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2001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호크 아이 같은 것은 없었다. 남자 주인공인 콜트는 결승전에서 심판의 잘못된 판정에 항의하고 경고까지 받지만 결국 마지막 포인트를 따내며 우승을 차지한다.  이렇듯 호크 아이가 없었던 시절에는 선을 넘어갔느냐 넘어가지 않았느냐의 판정에 따라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고 항의를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호크 아이가 도입되면서 사소한 판정 때문에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일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판정이 잘못됐다고 생각됐을 때는 챌린지를 요청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종목에 따라 비디오 판독 시스템 적용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농구와 배구 뿐만 아니라 야구 역시 홈런이냐, 파울 라인을 벗어났느냐에 대한 것을 놓고 비디오 판독을 하지만 아직까지 축구는 골라인을 넘어갔느냐에 대한 여부를 가리기 위한 판정을 주부심에게 일임하고 있다. 한때 '스마트 볼' 기술을 도입하겠다며 시험을 해보기도 했지만 도입 여부는 아직 답보상태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호크 아이 시스템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결정된 것이 없다.


Scene #4. 센터 코트에서 비로 경기 중단하는 일은 이제 없다

당시 영화 배경이 2001년이기 때문에 결승전에서 비로 경기가 잠시 중단되지만 올잉글랜드클럽 센터 코트에서 비로 경기가 장시간 중단되는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비가 내리면 지붕이 닫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센터코트의 개폐형 지붕은 3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2009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지붕을 설치한 것은 당연히 비 때문에 경기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의 개폐형 지붕은 반투명 재질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낮에는 햇빛을 투과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고 밤에는 별도의 조명시설이 가동돼 코트를 밝게 비추기 때문에 지붕을 닫는다고 해서 어두워질 일은 없다.

여기에 지붕을 여닫는데 10분 가량만이 소요되기 때문에 폭우가 내릴 경우 잠깐만 잔디를 덮으면 그만이다.

그랜드슬램 대회가 벌어지는 코트에 지붕이 설치된 것이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호주 오픈이 벌어지는 메인 코트의 두 곳에 지붕이 설치되어 있으며 세번째 코트에도 지붕을 설치할 예정. 여기에 프랑스 오픈과 US 오픈이 벌어지는 코트에도 지붕을 설치할 계획이어서 테니스는 실외경기라는 등식은 더이상 성립되지 않게 됐다.


Scene #5. 마크 맥코맥이 누구길래 영화 헌정을?

영화가 끝날 때 'Dedicated to Mark McCormack(마크 맥코맥에게 영화를 바친다)'는 문구가 나온다. 맥코맥이 영화를 함께 만든 스태프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스포츠계에서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포츠 스타 에이전시업체인 IMG(International Management Group)의 창업자다. 1930년에 출생해 윌리엄 앤 메리 대학과 예일 법대를 나온 그는 1958년 US 오픈 골프에 출전하기도 했을 정도로 스포츠에 재능을 가졌다. 이후 그는 TV 시대가 도래한 1960년부터 스포츠 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IMG를 설립, 첫 고객으로 아놀드 파머와 계약했다. 파머는 여전히 IMG의 고객으로 남아있다.

이후 맥코맥의 IMG는 샘프라스를 비롯해 비욘 보리(스웨덴), 크리스 에버트 (미국) 등 테니스 스타를 비롯해 레이싱 스타 미하엘 슈마허(독일)와 뉴욕 양키스의 스타 데릭 지터, 미국프로농구 스타 출신 찰스 바클리와도 계약을 맺었다.

IMG는 스포츠 스타 뿐만 아니라 모델인 케이트 모스와도 계약을 맺었고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 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 등과도 인연을 맺었다. 1990년대에는 타이거 우즈와도 에이전트 계약을 하기도 했다.

현재 IMG에 소속된 전·현역 테니스 스타는 보리와 에버트를 비롯해 페더러, 샤라포바,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이다. 존 메켄로(미국) 역시 IMG에 소속되어 있다. 그만큼 IMG는 테니스 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영화를 찍으면서 맥코맥 회장의 IMG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옛 스타들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메켄로와 에버트 등이 해설자로 출연했고 몇몇 선수들 역시 우정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맥코맥 회장은 이 영화가 개봉되기 전인 지난 2003년 5월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 이 때문에 감독과 스태프진들은 맥코맥 회장에게 테니스 영화인 '윔블던'을 헌정한 것이다.

※ 사진 : Scene #1. 고란 이바니세비치 / Scene #2. 앤디 머레이 / Scene #3. 호크 아이 실행 장면 / Scene #4. 센터코트에 개폐형 지붕이 닫힌 모습 / Scene #5. IMG 공식 홈페이지

tankpark@sp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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